[예술의 장터] 김경식 작가의 시 <냉장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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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천시장애인복지관
- 작성일 20-06-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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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조차 없는 캄캄한 부엌에서
늙은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며 숨죽여 울고 있다
가족들은 누워서 TV를 보며 웃거나 잠을 잘 뿐,
어느 누구도 그녀의 울음에 무관심하다
그녀가 울기 시작한건 애들이 직장 다니고 부터일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가족들의 밥상을 책임지며
주야로 몸이 부서져라 일만 한 덕분에
월세서 전세로 수십 번 이사를 갔고
마침내 적은 평수지만 내 집장만을 하였다
그녀의 혈색은 빛바랜 종이처럼 누렇게 변하였고
기침과 천식으로 몸이 파도처럼 출렁이다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도 그때뿐,
가족들은 그녀의 아픔에 자주 투덜거린다
가족들이 먹다 남긴 음식들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온갖 추억과 익숙한 냄새들을 저장해오며
언제나 딱 알맞은 온도의 삶을 살아온
그녀의 심장이 힘차게 뛰는 동안
그녀의 울음과 기침도 멈추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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