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장터] 김경식 작가의 시 <악어 지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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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천시장애인복지관
- 작성일 20-06-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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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지갑
거북 등으로 된 딱딱한 갑옷을 껴입고
수면 아래로 은밀히 몸을 숨기며
무표정한 얼굴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작은 짐승은 성에차지 않는지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나 큰 누우떼가
강을 건너기를 기다린다
마침내 누우가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강철보다 단단한 이빨로 덥석 물고
물속 비밀한 곳으로 인도한다
한번 잡은 먹이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집착과 끈기,
통째로 삼키는 무서운 식탐
죽어서도 습성을 버리지 못한 악어는
먹이사슬의 높은 자리에 앉아
약자의 배고픈 호주머니를 털며
부스러기도 남김없이 집어 삼킨다
악어의 거대한 식탐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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